건축의 실재성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0-02-07 1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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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란 일종의 구체적 추상이다즉 건축은 정신활동의 산물임과 동시에 실재하는 대상 안에서 구체화 된다건축은 실재즉 신체와 정신의 상호 작용을 궁극적 목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장소이다건축은 단순히 이미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신체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다사람은 건축의 물리적 차원 내에서 건축의 실재성을 지각하고 느낀다.

공간에 대한 물리적 경험은 어떠한 가상현실로도 대체될 수 없다우리에게 창조나 새로운 의사소통 장치를 이용하는 능력을 갖게 될 수록 우리는 더욱더 실재하는 현실 세계에 우리를 머물게 해야 한다과학의 진보를 인류의 진보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자연계와의 조화는 우리에게 생명을 유지하는 근원이므로 관계 맺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

 

산업사회의 중요한 흐름 중에 하나는 혼자만의 즐거움을 조장하는 것이다산업은 본질적으로 독신에 필요한 각종 장치들을 생산한다개인화될수록 산업이 생산한 것들을 훨씬 많이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이다민주주의라는 이데올르기 속에는 개개인을 공동체로부터 고립시키고혼자만의 일종의 탐닉 상태로 빠지게 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이러한 이유로 더 이상 어떤 집합체를 하나로 단일화 시키거나 대표할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에 도시는 점점 그 유용성을 잃게 되었고건축은 소비하는 이미지의 단편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의사소통의 능력이 사회적 관계와 가족관계를 대체하는 하나의 대용품이 되어버린 지금일반화된 고독의 논리는 알게 모르게 홀로 서기라는 매혹적이지만 위험한 구호 앞에 우리를 줄서게 만든다이것은 사람들을 분리시키는 논리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자연과 다른 인간 존재들과의 관계성을 제거시키는 논리이다한편으로는 디지털 환경이 출현함으로써 물리적인 접근을 통한 사람들 스스로의 직접적인 교류는 보다 손쉬운 원거리 접속으로 대체 된다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주제가 방의 도시였던 것처럼 아날로그적 연결 대신에 고립된 방들이 디지털 네트워크에 의존하지만 보다 생생한 느낌으로 접촉하는 듯이 보인다그러나 우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시간공간 개념 없이 끌어 당겨주는 바로 그 테크놀로지가 머지않아 우리를 가까이에 있는 것들로부터 단절시킬 것이다.

 

본래 건축은 사람들을 하나의 공간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산업사회의 테크놀로지가 조장하는 것과는 명백히 상반되는 것이었으나, 20세기에 이러한 관점은 전환되었다산업혁명으로부터 그 정신을 물려받은 근대성은 기술의 진보라는 신화와 그 이미지의 활용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이 신화는 20세기 후반 테크놀로지’ 건축 속에 내재되어 있다기술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건축은 근대성의 충실한 반영이자 궁극적 가치로 이해되었다이러한 이미지는 혁명적이지만 자연의 신화만큼이나 순수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거부하기 어렵다그러나 논리를 갖춘 순수성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그것은 시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리가 카탈로그에서 선택 할 수 있는 제품들은 산업사회의 유전인자들이 내재되어 있고 건축가들의 작업 반경 역시 효율과 대량 생산에 초점이 맞추어진 시설의 용도별 구분과 기획과 설계시공 등 단계라는 시스템 속에 있다결국 고독의 논리에 기반한 결과들을 저항할 여지없이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자연이 전적으로 우리를 지배하던 먼 과거는 지나갔다우리는 지금인류가 자연을 파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그리고 그러한 행위로 인해 인류 자신까지도 몰락해 가고 있다이는 바로 우리가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구해야 할 것이 자연이라는 보다 명백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이것은 환경문제라는 다소 포괄적인 것에 전가하려는 의도가 아니라자연은 스스로 실재하면서 건축 좋은 기반 위에 서게 하는 근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산업사회에 제공한 건축의 생산방식-시설에 대한 이해산업생산물로서의 재료와 구법분업화된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대한 회의와 함께 도시와 건축을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건축을 실재하게 하는 물시간과 같은 원시 자연의 요소는 또다시 건축의 재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건축이 항상 무력해 보이는 싸움에서 그것들은 연약한 저항의 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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